홍일화 작가가 2026년 10월 프랑스 파리 카루젤 뒤 루브르에서 열리는 아트쇼핑 파리에 참여할 예정이다. 작가는 소나무작가협회 부스를 통해 《Interface 1210》과 보랏빛 한지 작업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인물과 동식물이 얽히는 화면, 야생동물의 눈빛과 별빛이 만나는 장면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 [코리안투데이] 유화와 한지에서 미디어아트까지…숲의 빛과 생명력을 확장하는 홍일화의 작업 © 김현수 기자 |
그의 작업에서 자연은 인물 뒤에 놓인 배경에 머물지 않는다. 인간 역시 숲과 동물, 식물이 이루는 생태계의 일부다. 홍일화 작가는 초기의 초상과 페르소나 작업에서 최근의 숲 작업으로 이어진 변화를 “경계와 공존에 대한 탐구의 확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림의 출발점에는 어린 시절 자연을 가까이에서 경험한 기억이 있다. 시골에서 맡았던 흙냄새와 피부에 닿던 바람, 우거진 풀숲의 생명력이 지금도 감성의 바탕을 이룬다고 했다. 눈에 보이는 대상을 그리는 즐거움과 함께, 숲속의 소리나 바람처럼 보이지 않는 것을 이미지로 옮기고 싶은 호기심도 자랐다.
![]() [코리안투데이] 곶자왈에서 발견한 생명력, 인간과 동식물이 함께 살아가는 화면으로 © 김현수 기자 |
초기에는 인간의 내면과 외부에 드러나는 모습,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를 살폈다. 《익숙한 초상》과 《페르소나》가 그 과정에 있는 작업이다. 이후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인간도 거대한 자연의 일부라는 생각이 깊어졌다. 얼굴 위로 숲이 피어나고 자연 속에 인간과 동물의 눈빛이 스며드는 화면은 이러한 관심을 연결한다.
제주 곶자왈은 그 생각을 구체적인 감각으로 만난 장소였다. 홍 작가는 처음 마주한 곶자왈을 “살아 숨 쉬는 질서 있는 혼돈”이라고 표현했다. 바위와 나무, 덩굴과 이끼가 정형화되지 않은 모습으로 얽혀 있으면서도 서로의 삶을 이어가는 풍경이었다.
![]() [코리안투데이] 《Interface 1210》과 《늑대와 개의 시간》 연작…파리 아트쇼핑에서 전하는 공존의 이야기 © 김현수 기자 |
가시덤불 사이로 들어오는 빛과 습기를 머금은 공기도 오래 남았다. 그는 그곳에서 숲이 정지된 풍경이 아니라 스스로 호흡하는 존재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숲을 그리는 일은 눈앞의 모양을 옮기는 데서, 생명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을 살피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현장에서는 스케치하며 색과 빛의 변화를 관찰한다. 작업실로 돌아온 뒤에는 그 풍경 위에 기억과 감정, 신화적 상상력을 겹친다. 실제로 본 자연이 화면의 바탕이 되고, 그 안에서 느낀 것들이 새로운 장면을 만드는 과정이다.
![]() [코리안투데이] 인물과 초상에서 숲과 자연으로…경계와 연결을 탐구해온 작업의 여정 © 김현수 기자 |
가시와 잡초를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 작가는 화려한 꽃이나 큰 나무뿐 아니라 흔히 밟히고 눈길을 받지 못하는 식물도 생태계를 이루는 존재로 바라본다. 가시는 자신을 지키는 방어이자 다른 존재와의 경계이고, 잡초는 끈질기게 살아가는 힘을 보여준다. 그는 그 거친 모습에서 생명의 아름다움과 위로를 발견한다고 했다.
대표작 《Interface 1210》은 2025년 제작한 81×100㎝ 크기의 캔버스 유화다. 작가의 설명에 따르면, 응시하는 여성의 눈빛 주변으로 파충류의 비늘과 해마의 곡선, 꽃과 숲의 질감이 자라나 인물과 얽히도록 구성했다. 서로 다른 생명체의 형상이 한 화면에서 연결되는 작품이다.
![]() [코리안투데이] 보랏빛 한지 위에 담은 동물의 눈빛과 별빛, 야생과 길들임 사이를 바라보다 © 김현수 기자 |
작가는 관객이 인물과 동식물 사이의 색채와 질감이 만나는 부분을 살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제목의 ‘인터페이스’는 서로 다른 존재가 접하는 지점을 가리킨다. 화면 안에서는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거나 자연이 인간을 꾸미는 대신, 각 존재가 서로의 모습에 스며들며 함께 자리한다.
색을 선택할 때는 자연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그곳에서 느낀 기운을 표현하는 데 집중한다. 시간과 습도,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실제 색을 바탕으로 보랏빛 새벽 공기나 가시 사이로 들어오는 빛의 잔상을 강조한다. 작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빛의 숨결”은 풍경을 바라볼 때 느꼈던 감각을 화면에 남기려는 말이다.
![]() [코리안투데이] 가시와 잡초에서 찾은 생존의 아름다움…거친 형상 안에 스며든 위로 © 김현수 기자 |
재료는 캔버스에 유채를 사용하는 작업과 한지에 분채를 활용하는 작업으로 나뉜다. 특히 한지의 흡수성과 결을 이용해 동물의 털과 별빛, 숲의 촘촘한 질감을 표현한다고 설명했다. 소재를 묘사하는 동시에 재료가 지닌 성질도 화면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활용한다.
《늑대와 개의 시간》 연작은 야생성과 길들임의 경계를 다룬다. 홍 작가는 제목을 해 질 무렵 멀리 다가오는 동물이 개인지 늑대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시간으로 설명했다. 낮과 밤이 겹치는 순간을 통해 문명과 자연, 자신과 다른 존재 사이의 경계를 생각한다.
작가가 제공한 출품 연작 해설에는 보랏빛 한지 바탕 위에 동물의 얼굴과 눈빛, 밤하늘의 별을 배치한 작업들이 소개돼 있다. 측면 얼굴을 가까이 보여주는 구성, 정면을 응시하는 늑대와 별빛이 만나는 구성, 얼굴 일부와 넓은 여백을 함께 두는 구성이다. 각각의 장면에서 눈빛과 별빛이 관계를 맺는 방식을 달리한다.
![]() [코리안투데이]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깊어진 자연의 시선, 그림과 글로 풀어낸 숲의 숨결 © 김현수 기자 |
흥미로운 것은 관객의 반응이다. 홍 작가는 가시덤불이나 날카로운 야생동물에서 위험함을 느낄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부 관객은 오히려 따뜻한 위로와 보호받는 느낌을 전했다고 회고했다. 그 경험은 강하고 거친 외형 안에 담긴 외로움과 위로를 더 세밀하게 표현하는 계기가 됐다.
그의 작업은 미디어아트로도 확장됐다. 디스트릭트와 함께한 《Garden, Hongilhwa x D’strict》에서는 원화의 이야기와 시각 자료를 제공하고 미디어 연출 방향을 함께 논의했다고 밝혔다. 숲의 빛과 동식물이 디지털 공간에서 움직이는 모습을 보며, 평면에 담았던 생명력에 시간의 흐름을 더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저서 《빛이 숨을 쉴 때》에서는 숲과 생명에 대한 생각을 글로 풀었다. 그림이 색과 질감으로 먼저 감각에 닿는다면, 글은 이미지 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하는 방식이라고 했다. 방송 미술기행과 여행 프로그램에서 만난 풍경과 사람들 역시 예술이 삶과 환경에서 분리될 수 없다는 생각을 깊게 했다.
이번 파리 출품에서도 홍일화 작가는 서로 다른 생명이 만나는 장면을 보여줄 계획이다. 곶자왈에서 관찰한 빛, 스스로를 지키는 가시, 사람과 동물의 눈빛이 그 안에 함께 놓인다. 자연을 가까이에서 바라보던 어린 시절의 호기심은 이제 인간도 그 풍경 안에서 살아가는 존재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고 있다.
[ 김현수 기자: incheoneast@thekoreantoday.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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