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149] 떠밀려 가는 봇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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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안투데이 글로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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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149] 떠밀려 가는 봇짐

5월 · 세 번째 문 | 약 3분 읽기삼국지 365 · Day 149 · Book 1 「별이 모이다」

삼국지 365 Day 149 헤더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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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을 건넌 오후, 이만 사천의 행렬이 남쪽 길 위를 천천히 내려갔다.

행렬의 속도는 느렸다. 노약자의 조가 앞에, 중간의 사람들이 다음에, 장정의 조가 뒤에 섰다. 전체의 속도는 가장 느린 노약자의 속도에 맞추어졌다. 오늘 오후의 한 리(里)의 이동이 보통 때의 하루 이틀의 이동이었다. 그러나 누구도 속도를 빠르게 하자고 말하지 아니하였다.

길의 모퉁이에서, 한 노인의 봇짐이 뒤의 사람들의 걸음에 가볍게 떠밀려 앞으로 나아갔다.

노인의 나이는 일흔이 넘어 보였다. 봇짐의 크기는 노인의 키의 절반이었다. 봇짐 안쪽에는 쌀 한 자루, 이불 한 장, 작은 나무 위패 하나가 들어 있었다. 나무 위패는 노인의 죽은 아내의 것이었다. 신야에서 스무 해를 함께 살았던 아내의 위패였다.

노인이 혼자 그 봇짐을 지는 것은 오늘 오후 들어 이미 여러 차례 힘들어졌다. 걸음이 늦어질 때마다, 뒤의 사람들의 걸음이 노인의 등 뒤에 가볍게 닿았다. 뒤의 사람들은 노인을 재촉하지 아니하였다. 다만 — 그들 걸음의 관성(慣性)이 노인의 봇짐을 앞으로 밀어 주었다.

오후의 해가 서쪽으로 이미 기울어 있는 시각이었다. 유비(劉備)가 길의 옆에서 노인의 봇짐을 보았다. 그는 말에서 내렸다. 노인 앞에 한 걸음 다가섰다.

"어르신. 제가 봇짐을 받아 들겠사옵니다."

노인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만 사천의 앞에서 걷고 있는 장수가, 일흔의 노인 앞에 와서 봇짐을 받아 들겠다고 하는 장면은 — 노인의 일흔 해의 기억 어느 자리에도 없었다.

"황숙. 제 봇짐은 제가 지겠사옵니다. 제 봇짐은 뒤의 젊은이들이 앞으로 밀어 주고 있사옵니다. 혼자 지는 봇짐이 아니오라, 이만 사천이 함께 지는 봇짐이옵니다."

유비가 웃었다. 노인의 한 마디가 오늘 오후 행렬의 진짜 모습을 단번에 풀어 주었다. 이만 사천의 모든 봇짐이 — 각자의 봇짐 같아 보였으나 — 실은 뒤의 사람들의 관성으로 떠밀려 가는 이만 사천 공동의 봇짐이었다.

삼국지 365 Day 149 중간 일러스트

"어르신. 그 위패는 — 누구의 위패이옵니까."

"제 안사람이옵니다. 오 년 전에 세상을 떠났사옵니다. 신야 서쪽 언덕에 묻어 드렸사옵니다."

유비가 고개를 숙였다.

"어르신. 언젠가 이 길의 끝에서, 그 언덕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 이 사람이 준비해 드리겠사옵니다. 오늘 떠나신 신야는 다시 돌아갈 자리이옵니다. 그 돌아감의 결에, 어르신의 안사람의 위패도 함께 고향으로 돌아가실 수 있도록 하겠사옵니다."

노인의 두 눈이 붉어졌다. 일흔의 눈은 쉽게 붉어지지 아니한다. 그러나 오늘 오후 노인의 두 눈은 붉어졌다. 붉어진 그 눈 안쪽에서, 오 년 전 안사람의 얼굴이 — 오늘 오후 유비의 한 마디로 인해 — 짧게 떠올랐다.

행렬의 뒤쪽에서 관우(關羽)가 말을 세우고 그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관우는 다가오지 아니하였다. 다만 고개를 숙였다. 그 숙임이, 일흔의 노인에게 예를 올린 것과 같은 뜻이었다.

장비(張飛)는 행렬의 더 뒤쪽에서 먼 북쪽 길을 돌아보고 있었다. 조조(曹操)의 선봉 기마대의 먼지가 먼 지평선 위로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장비는 그 먼지를 관우에게 손짓으로 알렸다. 관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아우가 각자의 자리에서 조용히 준비를 시작했다.

유비가 노인의 봇짐을 오른손으로 받아 들었다. 노인이 못 이기듯이 봇짐을 건넸다. 봇짐의 무게는 생각보다 가벼웠다. 쌀 한 자루와 이불 한 장과 위패 하나의 무게의 합이, 말의 안장 옆에 묶은 짧은 가죽 끈 하나로 충분히 매달릴 수 있는 무게였다.

다만 — 봇짐의 무게는 가벼웠으나, 봇짐의 뜻은 가볍지 아니하였다. 일흔 노인의 오 년의 기억과 안사람의 이름 하나가 들어 있는 봇짐이었다. 유비가 그 봇짐을 말의 안장 옆에 묶으면서, 자기 이름이 오늘 오후부터 이만 사천의 봇짐 옆에 하나씩 묶여 가고 있음을 알았다.

오후의 해가 서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행렬이 오늘 오후의 한 리(里)의 길을 마쳤다. 한 리가 짧았으나, 그 한 리 안쪽에 일흔 노인의 봇짐이 앞으로 떠밀려 가고, 유비의 이름이 이만 사천의 봇짐에 묶여 들어가고, 조조의 선봉의 먼지가 먼 북쪽 지평선 위에 올라섰다.

세 가지의 한 리였다. 떠밀려 가는 봇짐과, 묶여 가는 이름과, 다가오는 먼지. 세 박자가 오늘 오후 행렬의 진짜 박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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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365 Day 149 마무리 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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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역가의 한 마디 — 연삼흠 박사혼자 지기 어려운 봇짐이, 뒤의 사람들의 걸음의 관성으로 앞으로 떠밀려 가는 길의 모퉁이가, 당신께도 있으셨는지요. 그 봇짐은 혼자의 봇짐 같아 보이지만, 실은 뒤의 사람들이 함께 지고 있는 봇짐이옵니다. 오늘 오후 당신의 봇짐이 혹시 무거우시다면, 뒤의 사람들의 걸음이 당신의 등 뒤에 가볍게 닿는 소리를 한 번 더 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떠밀려 가는 봇짐의 가벼움이, 오늘 오후 당신의 한 리의 속도가 될 수 있사옵니다.

📅 내일 Day 150: 한 사람의 백성 수만

"나흘째의 오후, 이만 사천의 행렬이 당양(當陽)의 한 언덕 앞에 도달했다. 당양의 언덕의 이름이 장판(長坂)이었다. 조조의 선봉 기마대의 먼지가 이제 행렬의 뒤쪽에서 크게 올라섰다." — 연삼흠 박사평역 — 연삼흠 평역가 · Sam H. Yeon, Ph.D. · 延三欽博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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