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악당은 웃으면서 싸우고, 착한 팀은 이를 악물고 싸운다. 결국 이기는 쪽은 착한 팀인데, 더 즐거워 보이는 쪽은 악당이다. 김진영의 에세이 『착하게 살려 했는데, 악당이 부러워졌다』는 이 어긋남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결론을 서두르지 않고 ‘왜?’라는 질문을 일상 곳곳에 붙여 본다. WIA Book은 이 책을 2026년 11월 2일 전자책으로 출간했다. 부제는 ‘별것 아닌 일상에 걸려 자꾸 왜?를 묻습니다.’이다.
에세이 분야에서 일상 관찰은 낡은 소재가 아니다. 독자는 교훈을 앞세운 글보다 자기 하루와 겹치는 짧은 장면에 오래 머문다. 다만 관찰이 감상에서 끝나면 한 번 읽고 잊히기 쉽다. 이 책은 관찰 뒤에 질문을 놓는다. 풀은 아무 데서나 자라는데, 어떤 풀은 꽃이 되고 어떤 풀은 잡초가 된다. 그 이름을 누가 정했는지 묻는 데서 책이 시작한다. 착하게 살라는 말을 의심 없이 받아들여 온 사람이라면, 악당이 왜 부러운지 묻는 제목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책은 착함을 비난하지 않는다. 착함이 왜 늘 힘겨운 모습으로만 그려지는지를 따져 본다.

최근 에세이 시장에서는 거창한 성공담이나 처방보다 생활의 단면에서 출발하는 짧은 글이 꾸준히 읽힌다.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 둔 문장이 책이 되는 경로도 더는 낯설지 않다.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의 거리가 그만큼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흐름 안에 있으면서도 감상으로 닫지 않고 질문으로 닫는 방식을 택한다. 회계·총무라는 숫자와 서류의 일터에서 나온 시선이 ‘왜?’를 끝까지 따라간다는 점도 이 책을 다른 일상 에세이와 구분하는 대목이다.
독자가 얻는 것은 정답이 아니라 멈추는 연습이다. 출퇴근길에 한 편을 읽고 길가의 풀 한 포기나 아이의 책가방을 다시 보게 된다면 책은 제 몫을 한 셈이다. 에세이 앞뒤에 붙은 날것의 메모와 시는 독자에게 하나의 방법을 보여 준다. 떠오른 생각을 그 자리에서 적고, 다 끝내지 못한 생각은 짧은 시로 남겨 두는 방법이다. 독자는 저자의 답을 따라가도 되고, 자기 답을 따로 적어도 된다.
저자 김진영은 20년 넘게 회계·총무 분야에서 일했다. 숫자와 서류를 다루는 직업이지만, 일상에서 마주친 사소한 장면과 불쑥 떠오른 생각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꾸준히 적어 왔다. 풀 한 포기, 딸아이의 무거운 책가방, 영화 속 악당의 웃음이 그 메모의 소재다. 무거운 책가방을 멘 딸을 보다가 ‘어깨는 옷걸이’라는 생각에 닿았고, 세잎클로버와 네잎클로버를 보다가 행복과 행운의 차이를 궁금해했다. 이렇게 쌓인 메모를 에세이와 시로 넓혀 낸 것이 첫 책이다.
책에는 여덟 편의 에세이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사이에 놓인다. 1부 ‘나는 별것 아닌 데서 자꾸 멈춘다’에는 「풀이 좋다」「어깨는 옷걸이」「잘하는 것 폭식」「행복과 행운, 한 끗 차이」 네 편이 실렸다. 2부 ‘그러다 사람 앞에서 멈춘다’는 「적당한 습도」와 「악당은 즐겁게 싸운다」로 이어진다. 3부 ‘결국 나한테서 멈춘다’에는 「감정을 버렸습니다」와 「누가 내 심연 깊숙이에 스크래치를 냈어?」가 있다. 시선이 풀과 가방에서 사람으로, 사람에서 자기 자신으로 옮겨 가는 순서다. 책 소개는 이 흐름을 ‘풀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사람을 지나 나에게 왔다’고 요약한다. 에세이 앞에는 급하게 적어 둔 날것의 메모가, 뒤에는 미처 다 하지 못한 생각을 담은 시가 붙는다.
미리보기로 공개된 6장 「악당은 즐겁게 싸운다」는 문체의 성격을 보여 준다. 문장은 짧고 줄은 자주 바뀐다. ‘악당은 웃고 있다. 싸우면서도 할 말 다하고, 웃으면서 싸운다.’ 반대편 착한 팀은 ‘이를 악물고, 온몸에 힘을 주고, 안간힘을 다한다.’ 저자는 이를 보다가 ‘왜 착한 팀은 맨날 겨우겨우 마지막에 가서야 이기지?’라고 묻고, 곧 ‘지켜보는데 힘들어라’로 받는다. 분석도 훈계도 없이 구경꾼의 피로를 그대로 적는다. 질문이 무겁게 내려앉지 않고 혼잣말처럼 가볍게 던져지는 점이 이 책의 호흡이다.
이 책은 답을 구하는 독자보다 질문을 함께 굴려 볼 독자에게 맞는다. 여덟 편이 독립된 제목으로 나뉘어 있어 순서와 상관없이 한 편씩 펼쳐도 된다. 직장 생활을 오래 한 사람, 아이의 책가방을 들어 본 부모, 열심히 착하게 살다 문득 지친 사람이 첫 독자층이다. 저자도 ‘모두에게 같은 답이 필요한 것은 아니니까’라고 쓴다. 독자가 자기 답을 따로 적어도 되는 구조다.
읽을 때 볼 지점은 셋이다. 첫째, 1부의 가벼운 질문이 2부 「악당은 즐겁게 싸운다」에서 어떤 무게를 얻는지. 둘째, 3부 「감정을 버렸습니다」와 「누가 내 심연 깊숙이에 스크래치를 냈어?」에서 질문이 저자 자신을 향할 때 문장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셋째, 에필로그와 뒤에 붙은 시가 남은 질문에 답을 내는지, 질문으로 남겨 두는지다. 『착하게 살려 했는데, 악당이 부러워졌다』는 김진영 지음, 정가 7,000원, 출간 형식은 전자책이며 출판사는 WIA Book이다. 구매와 상세 정보는 도서 상세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코리안투데이(The Korean To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